winter on fire (2015)

러시아가 전범을 저지르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뉴스가 베이징 동계 올림픽 이후로 들려 왔다. 소식을 접하자마자 소치 올림픽 이후 1등 국가 위신으로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크게 벌였던 것이 떠올랐다. 그땐 전쟁이었지만 이번엔 왜 전범일까. 러시아란 이름을 박탈당하고 ROC로 올림픽을 치루면서 또 한번 도핑 스캔들에 휘말리니 아예 외교를 포기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래 전부터 국경으로 분쟁이 많았지만 침공이란 단어는 슬펐다.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의 대처를 보고 비판하다가 현 대통령의 전직으로 조롱으로 넘어갔다. 그 현상 이후에 접하게 된 다큐멘터리였다. 우크라이나는 독재 정치로 시름하고 있었다. EU 가입을 무산시키고 친러 정책을 펼치던 야누코비치를 규탄하는 시민을 학살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한 시민이 저격총을 맞아 쓰러졌다. 그 시민은 끝내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비현실적이었다. 이게 고작 몇 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니. 임시 병원으로 쓰인 수도원 바닥엔 혈흔으로 어지러웠다.

 

혁명의 과정에서 인종과 종교, 정치적 신념을 뛰어넘어 국민이 하나가 되어 같은 것을 외친다. 자유! 너머의 나까지 고양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지시를 받고 독립 광장의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이 나라에서 살아갈 미래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 주기 위해서 한마음 한뜻으로 무장 경찰 앞에 섰다. 때로는 악마처럼 잔인하고 교활한 것이 인간이지만, 정의와 자유 그리고 사랑 때문에 기꺼이 죽을 각오로 앞을 향해 나가는 것도 같은 인간이었다. 때론 밉고, 때로는 사랑스럽다. 학살의 비참함보다도 시민들이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에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져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동하게 만든다. 어느새 보는 나도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게 되었다.

 

전직이 코미디언인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 어이없게 침공당한 것이다, 라고 하기엔 그들의 노고와 흘린 피를 생각해 봐야 되겠다. 선거가 다가와 정치 공방 재료로도 쓰이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당시에는 이 다큐멘터리를 접하기 전이었으니 아무것도 모른 데에 일언반구 하지 않았지만. 침묵은 때론 최소의 자기 방어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나의 무지가 누군가 상처 입히지 않았으면.

 

침공 소식 이후로 이별과 전쟁의 아픔을 여러 형태로 접해서 더욱이 마음이 아프다. 이번 침공으로 EU 신속 가입을 신청했지만 거부되었다.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의 상처가 다 아물지도 않았는데 이런 일이 또.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영웅들에게 영광을.